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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강국 일본의 `갈라파고스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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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chbard 2008. 8. 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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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강국 일본의 `갈라파고스화` 위기
열도만의 특수진화… 세계시장서 고립

우물안 기술의 고도화
갈수록 '세계와 괴리'
경쟁력 갖춘 외산제품 유입
자국시장마저 잃어버릴 판
휴대전화ㆍ디지털방송 등
시장확대 한계 봉착



■ IT 재팬 Report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통용되지는 않는다'

이런 일본 정보 통신업계를 빗대 최근 자주 듣게 되는 말이 갈라파고스(남아메리카로부터 1000㎞ 떨어진 섬) 현상 혹은 갈라파고스화이다.

일본 기업들의 기술ㆍ서비스가 일본 시장에서 고도로 발전하는 사이 세계 시장에서는 표준적인 기술ㆍ서비스가 보급돼 일본 기업들의 기술ㆍ서비스는 `고립화'돼 버린다. 그 결과 일본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어렵게 되고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일본은 1억명이 넘는 시장을 잘 활용해 산업 발전을 이뤄왔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특유의 상 관행과 독자적인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해외와는 다른 독특한 시장이 형성돼 왔다. 이같은 일본 시장의 이질성이 갈라파고스제도의 현상과 비슷하다는 데서 이같이 비유되고 있다. 갈라파고스화는 비단 IT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IT 업계가 대표적인 분야로 지적되면서 관련업계는 자성과 함께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술ㆍ서비스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특수 진화하는 일본 시장=본래 갈라파고스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섬의 무리이다.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갈라파고스 거북, 갈라파고스 이구아나처럼 독자적으로 진화한 고유종이 서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고유종은 외계와의 접촉으로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실제로 갈라파고스제도에서도 인간의 유입이 원인이 돼 고유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몰렸다. 멸종 위기의 과정은 이렇다.

일단 내계에서는 `특수 진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사이 외계에서는 `일반 진화'도 일어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계와 외계가 접촉해 내계 생물은 외계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멸종 위기에 맞닥뜨린다. 외계의 생물이 생존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수진화와 일반진화의 충돌로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구도가 일본의 IT 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갈라파고스화이다. 일본 국내에서 기술ㆍ서비스의 특수 진화가 일어나는 반면 세계에서는 일반 진화가 일어난다. 그 결과 일본기업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일본 시장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시장, 갈라파고스화 대표=이같은 갈라파고스화의 대표적인 예는 휴대전화 시장이 꼽힌다.

일본의 휴대전화는 초창기부터 특수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일본은 1세대 아날로그 방식 시절에는 NTT가 HiCAP으로 불리는 독자적인 방식을 개발해 채택했다. 2세대 이후 디지털 방식에서도 PDC로 불리는 일본 독자 방식을 채택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각 이통 사업자가 3세대로 국제 표준인 W-CDMA 등을 채택했지만 이 국제 표준은 현재 세계 시장으로 볼 때 보급률은 극히 낮은 상태이다.

독자노선을 걸어온 일본 시장의 이같은 특수성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통사업자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일본 시장은 1억 인구라는 발전의 여지가 많은 제법 큰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8년 4월 기준으로 일본의 휴대전화 계약건수는 3200만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카메라폰, MP3플레이어, 모바일결제, 원세그 등 독자적인 기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일본의 휴대전화 계약건수는 약 1억400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는 지금도 2세대 방식인 GSM이 일반적이다. 또 단말기도 모바일 결제ㆍ지상파 디지털 TV 수신 등 고기능이 없는 제품이 많다. 게다가 SIM(휴대전화 개인인증) 카드만 가지고 있으면 다른 업체 단말기로 자유롭게 교체할 수도 있다.

이같은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는 휴대전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드러난다. 시장 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휴대전화 출하대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노키아 38.8%, 2위 삼성전자 14.3%, 3위 모토로라 14.1%로 상위 3개사 가운데 일본 기업은 없다.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만이 아니다. 휴대전화 쇄국으로 불리며 굳건히 지켜왔던 일본 시장도 예전과 같지 않다. 저 출산으로 시장 규모는 날로 축소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외국업체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아이폰' 상륙이다. 아이폰은 현재 터치패널을 통한 직감적인 조작 등으로 일본에서 높은 관심 속에서 판매되고 있다.

갈라파고스화가 지적되고 있는 것은 지상파디지털방송도 마찬가지이다. 지상파디지털방송기술로는 현재 일본의 ISDB-T 방식과 유럽의 DVB-T 방식, 그리고 미국의 ATSC 방식 등 3가지로 나뉜다. 일본의 ISDB-T 방식은 모바일 수신이 가능하고 HD 방송을 이동 수신할 수 있는 등 기술적으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일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아직까지 브라질 한 곳 뿐이다.

비접촉 IC 카드도 비슷한 양상이다. 전자결제에 쓰이는 비접촉 IC 카드의 경우, 일본은 대부분이 펠리카 방식이다. 펠리카는 소니가 개발한 비접촉IC카드 기술 방식으로 현재 일본의 IC카드승차권인 스이카(Suica)는 물론 NTT도코모 등 휴대전화에도 탑재돼 모바일 결제에도 쓰이고 있다. 펠리카 방식 역시 성능 면에서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세계에서는 필립스의 마이페어(MIFARE)가 확대되고 있어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도 갈라파고스화가 지적되고 있다. 카 내비게이션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일본에서는 카 스테레오와 일체화된 고기능 제품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PND(personal navigation device)로 불리는 착탈 가능한 소형 내비게이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일찍이 일본 시장만 뚫으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있었다. 일본 역시도 뛰어난 기술력만 가지면 세계 어디서든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까다로운 일본 시장의 수요는 IT 산업의 기술력을 고도로 향상시키는 수련장을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시장과의 괴리감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시장성이 커지고 있는 신흥국의 경우, 기술력만을 무기로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을 일본 역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같은 국내 시장과 세계 시장과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나가는 지가 일본 IT 기업들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일본)=안순화통신원 dearan@

◆사진설명:친환경 LCD TV인 소니'브라비아'와 파나소닉의 카내비게이션 그리고 파나소닉의 카메라폰 '비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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