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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숲을 거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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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chbard 2008. 4. 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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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goodhyun/0,39030292,39168379,00.htm

IT의 숲을 거니는 법

김국현(IT평론가) ( ZDNet Korea )   2008/04/30
                       
가끔 학생들과 만날 때가 있다. IBM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에피소드 하나. 어떤 특강 후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더니 대차게 물었다.

"자바와 닷넷 중 어떤걸 해야 하나요?"

"둘 다 하세요"라는 나의 대답에 당황해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실망스러워 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나 그 청년으로서는 IT에 들어선 순간,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을 향해 지어야 할 표정을 연습해 본 것뿐이다. 이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상, 레이더에 걸린 모든 기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일. 어쩌면 이 길을 걷는 법이란 그런 것이다.

어떻게 두 길을 걸을 수 있을까? AND가 아니라 OR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기술을 받아 들이는 일이란 결국 마음을 나누는 퍼센트의 문제다. 내가 하려는 일의 몇 퍼센트를 그 기술로 할지, 몇 퍼센트의 시간을 그 기술에 투자할 지의 배분이다. 어떤 기술에 마음이 꽂혀서 100%를 투자하는 것도 늠름하다. 그러나 10%의 관심은 미래의 대안을 위해 남겨 두는 것도 멋있다. 왜냐하면 IT는 잔혹하리만큼 효율적으로 미래를 데려 오기 때문이다. OR의 여운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단점이란 아무리 고쳐도 장점이 되지 않는다. 기술이 지닌 단점도 마찬가지다. 이 싸늘한 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IT라는 아수라는, 단점을 지닌 기술이 스스로를 개선하려는 찰나, 잔인하게 경쟁 기술을 만들어 버린다. 우리가 때로는 두 길을 동시에 걷곤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시점에 벌어지는 광활한 기회와 잔인 무도한 변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하나의 기술에 탐닉해, 그 기술의 정도를 걷는데 집착한 나머지 탐미주의로 빠져 들곤 한다. 그 기술이 지닌 태생적 단점을 자신의 무공으로 커버하는 '기술적 홍위병'이 된 처지도 자각하지 못한다. 이미 그 기술을 만든 아버지는 다른 회사로 이적해 또 다른 기술을 만들어 버리고 있어도 그 사실조차 모른다. 의외로 흔히 목격되는 아이러니다.

공부가 지나쳐서, 오히려 공부가 부족해진 탓이다. 스페셜이 과해 제너럴한 사고를 못한 경우다. 기존 투자를 '버리는 용기'는 경영의 기본이다. 기술에도 경영의 판단력이 기능한다면 그러한 '버리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혹자는 나의 이러한 의견에 전문가를 경시하느냐는 얼토당토않은 반론을 하기도 한다. 천만의 말씀. 스페셜과 제너럴은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극한에 달한 스페셜은 결국 제너럴을 만나기 때문이다. 닷넷의 달인은 순식간에 자바에 통달할 수 있다. 플래시의 고수는 한 두 달 만에 실버라이트를 깨우친다. 하나의 어셈블리어를 마스터한 이는 어떠한 CPU가 다가와도 무섭지 않다.

오브젝트 지향의 꿈을, UX의 꿈을, 기계와 대화하는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의 대화는 그렇게 제너럴해진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경합하는 듯 보이는 이 모든 기술들이 결국은 한 두 가지의 원류로부터 시작되고, 높이 솟은 거목(천재,전문가)들은 바람(흐름)에 따라 기술을 옮겨 가면서 영향을 미치고 숲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기술의 창시자가 또 다른 기술의 창시자가 되는 천재적 영웅담도 흔히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자유로운 '제다이'가 되어 숲을 거닐 수 있을까? 이 대담함을 위한 조건이란 무엇일까? 수재의 IQ? 글쎄, 오히려 용기다. 기술을 선택할 용기, 때로는 ‘올인’할 용기, 때로는 버릴 용기다. 상사가 뭐라 해도, 조직이 어떠한 판단을 해도,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된 이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이에게 IT의 여신은 기회를 베풀어 왔다.

만능의 기술은 없다. 그렇기에 정답도 없다. 그것이 IT의 짓궂은 매력이다.

"그래, 이 기술은 이 점이 뛰어나." "아니야, 저 기술이라면 이 것을 이렇게 할 수 있어. 이 벤치마크를 봐." "아, 그럼 이 기술을 이렇게 조합하면 되겠네." IT가 지닌 가능성이란 바로 이러한 자유로운 착상과 이를 수행할 용기,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조직과 허락하는 시스템에 있다.

IT는 천의 얼굴을 지녔다. 그와 동시에 수십, 수백 가지의 갈림길로 이루어진 그물 같은 세계다. 이 모든 갈림길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공평히 바라보며 다양하게 조합할 감수성을 키워 나가는 일. 그 것이 IT의 도(道)라는 생각이 든다. 초조해할 것도 없고, 혼자 고민할 것도 없다. 필요하면 커뮤니티에서 동지를 만나고, 이도 귀찮으면 끌리는 대로 당기는 대로 해 보면 된다. 마음 속에서도 이러한 거대한 사고실험이 가능하고, PC 한 대만으로 그 것이 수행 가능한 곳 또한 IT니까.

충분한 시간과 이를 수행할 용기를 불러일으킬 긍정의 뇌 안의 전달물질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꿈을 이루어낼 수 있는 세계. 그 설렘을 그 학생도 지금쯤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 보람의 공유, 내가 여전히 IT에 있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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