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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hsryu/0,39030308,39160320,00.htm

류한석님이 ZDNet에 포스팅하신 글을 펌한다.

IT 업계 빅3의 빛과 그림자

류한석(IT 컬럼니스트)   2007/08/16
한국에서 소위 IT업계의 빅3라고 일컬어지는 삼성SDS, LG CNS, SK C&C는 IT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이들 업체들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들 업체들은 근래에 들어 SI(시스템통합)기업이라는 용어보다는, IT서비스 기업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SI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느낌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인 느낌이 조성된 데에는 이들 업체들의 공헌이 크다.

IT는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네트워크와 하드웨어는 인프라스트럭처의 성격을 띠는데, 한국은 이 부분에 있어 이미 대내외적으로 선진국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못하다.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삼성SDS, LG SNS, SK C&C와 같은 빅3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너져가는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그나마 유지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 때문에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인가? 이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분석해봐야 할 이슈이다.

한국 IT산업에서 빅3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SDS의 매출액이 1조 49억, 영업이익이 1,248억 원이고, LG CNS는 매출액 7,401억 원, 영업이익이 296억 원이고, SK C&C는 매출액 4,585억 원, 영업이익 322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에서는 IT 강국을 넘어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더라도, 당분간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는 그 실체가 거의 SI 밖에는 없는 상태이고, 또한 그 구조조차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해외의 IT 선진국과는 상당히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그나마 판매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몇몇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사실상 패키지나 솔루션 시장 자체가 전무한 형편이다. 패키지 시장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상황이고, 솔루션의 경우 말이 솔루션이지 ‘솔루션을 가장한 SI’가 아니던가? 기업 대상 솔루션의 경우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좋은 솔루션이 나오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소비자 대상의 시장은 일단 논외로 치고, 보다 대규모인 기업 대상의 시장을 생각해보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경쟁력이 없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비합리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혈액 순환이 되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대단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또 모르겠으나, 많은 경우 브로커 역할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룹 오너의 강력한 보호 아래 계열사들의 IT 지출을 모두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거나 또는 낄 필요가 없는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그들은 언제나 주계약자이다. 그런 상황에서 파트너업체라는 명목 하에, 협력업체들은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갑을병정의 죽음의 순환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단지 먹고 살기 위하여 SI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은 파트너(협력) 업체들을 종처럼 부리고 있다.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참여를 시켜주겠다는 미끼로 업체들을 동원하여 제안서를 작성하고, 오랜 작업을 했더라도 수주를 못했을 경우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접대를 요구하고, 솔루션 가격을 턱없이 후려치고, 지체보상금을 전가하고,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경우에는 협력업체들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비용만을 지불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해왔기에 협력업체들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비용을 산출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것이 영업이익의 비밀이다. 물론 간혹 잘못 산출한 나머지, 굶어 죽는 협력업체들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열악한 현실 때문에, SI 프로젝트에 투입된 개발자들은 스스로를 막장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고객의 등쌀에, 주계약자인 SI업체의 등쌀에 밀려, 매일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면서 건강만 망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업계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며, 더군다나 이런 풍토가 사회에 많이 알려져서 신규 인력의 유입 또한 잘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최근 인건비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대기업 계열 SI업체가 산업에 미치는 문제점을 정리해보자.

첫째, 대형 SI업체들은 협력업체들이 일한 대가를 올바르게 지불하지 않고 있다. 제안서 작성, 솔루션 공급, 개발 업무에 대해 레퍼런스나 이후의 계약을 명목 삼아 턱없는 저가격을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무료 봉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SI 시장 밖에 없는 현실에서 협력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렵게 만든 솔루션에 대해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생존조차 힘든 환경에서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현실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킨다.

둘째, 대형 SI업체들이 ‘관계사 퍼주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주계약자로서 컨설팅, 프로젝트 관리를 담당한다는 명목 하에 상당한 인건비를 지불 받고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고객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직원을 배정한 후 놀리면서도 비용은 꼬박 지불 받는다. 필자가 경험한 모대기업의 프로젝트를 보면, 인건비 산정 시 관계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실제로는 별다른 업무 차이가 없음에는 협력업체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장경제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관계사 퍼주기를 통해 이익이 부족한 SI업체를 지원하는 것인데, 어차피 그룹 내에서 돈이 순환하는 것이고, 결국 그룹 전체의 매출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셋째, 이와 같은 결과로서 결국 IT산업 전체의 생태계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SI업체가 브랜드와 규모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자사의 마진을 먼저 뗀 다음에 협력업체들에게 하청을 주고, 그런 저가격 수주 풍토 속에서 솔루션과 전문 인력의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하고, 프로젝트의 부실과 손실이 협력업체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오로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은 대형 SI업체들뿐이다.

한국의 거의 모든 그룹사들은 IT를 담당하는 계열사를 갖고 있다. 빅3 외에도 CJ시스템즈, 신세계I&C, 한진정보통신, 동양시스템즈, 농심데이터시스템 등 많은 업체들이 있다.

그룹사들이 이런 IT업체들이 만들어서 소유하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어차피 여러 계열사들에서 지속적인 IT 지출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다른 기업에게 넘기기 보다는 계열 IT업체를 만들어 몰아주기를 하면 해당 업체의 먹거리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룹 전체의 매출액을 높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사들은 계열 IT업체를 다른 목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 계열 IT업체들은 대개 비상장인데, 경영권 승계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S&C는 지분 헐값 매각에 의해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삼성그룹의 삼성 SDS, SK그룹의 SK C&C,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오토에버시스템즈 등이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면에서 볼 때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이들 대형 SI업체들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에서 소프트웨어를 분리 발주하는 소프트웨어분리발주제도의 시행을 개시하였다. 아직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이 제도의 발전을 기대를 해본다. 또한 대기업 참여하한금액 상향조정, 소프트웨어사업 이율율 상향조정도 계속 이루어질 전망이다. 제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자는 좀 더 강력한 방법을 제안하는 바이다. 대기업의 언론사와 금융기관 소유를 제한하는 것처럼, 대기업의 SI업체 소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한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IT산업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필자의 주장은 해당 SI업체들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 그 지분의 일부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방송법처럼 지분의 30%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급진적이어서 실현 불가능한 일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여전히 소프트웨어 선진국은 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처럼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매출액을 독점하고 협력업체의 솔루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협력업체들을 하대하는 구조 하에서 산업 발전이 불가능함은 이미 현재의 결과로서 증명된 것이 아닐까?

여러 제도의 보완을 통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이 숨 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분리발주제도, 대기업 참여하한금액 상향조정, 소프트웨어사업 이율율 상향조정 등 모두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제도들이다. 하지만 약하다. 그것은 아무리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공공부문에만 해당되는 사항이기에 실효성의 한계가 있다.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좀 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SI업체를 소유할 수 없어야 한다. 소유할 수 있는 지분을 제한하여야 한다. 그래서 해당 SI업체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고, 중소업체들과 올바른 생태계를 형성하고, 한국의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형 SI업체에 대한 쏠림현상, 솔루션 후려치기, 관계사 퍼주기, 갑을병정식의 하청 구조로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어쩌면 필자의 주장은 급진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 빅3를 비롯한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의 존재 가치와 그로 인한 문제점이 다시 한번 신랄하게 검토될 수 있다면, 필자의 주장이 틀렸다는 결론이 나도 좋다. 어떤 혁신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점점 더 산송장이 되어갈 것이다. 이것이 25년 동안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켜보면서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라.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필자는 강력한 변화를 지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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